『삶과문화』Vol.85 해녀의 삶을 노래하고 춤추다
- No
- 27
- 작성자
- 경영기획실
- 작성일
- 2023-12-29 16:52:39
- 조회수
- 95
본 내용은 재단 기관지 삶과 문화 겨울호에 게재됐습니다.
삶과 문화 겨울호(제84호)는 재단 홈페이지, 제주문화포털 제주인놀다 에서 확인하실 수 있으며,
제주문화예술재단, 예술공간 이아, 산지천갤러리 방문 시 무료로 가져가실 수 있습니다. :)
" 해녀의 삶을 노래하고 춤추다 "
글 김나영(<뉴제주일보> 기자)
모든 인생은 한 권의 책, 한 편의 영화다 이 중에서도 바다 속을 산소 공급 장치 없이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하는
제주해녀문화예술 지역특성화 지원사업은 2021년부터 문화예술 단체가 마을 해녀 공동체로 들어가 장소성을 기반으로
해당 마을의 대표 브랜드 공연을 발굴하는 사업으로 시작됐다. 2021년 4건, 2022년 4건, 올해 5건의 공연이 선정되어 운영중이다.
사업은 진입지원형(1년차), 축제집중형(2년차 이상), 축제지속형(3년차 이상) 등으로 연속지원을 통해 축제를 육성, 발전시켜나갈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사우스카니발과 고내리 어촌계의 경우 사업 첫해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지원을 통해 작품을 문화축제 형식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고,
놀이패 한라산과 사람손 공동체, 북촌 어촌계의 경우 2021년부터 2년 연속 지원을 받은 뒤 올해부터는 뒷개할망 춤추다 공연단을 이루고
크라우드 펀딩 등을 통해 마을 내에서 자체적으로 공연을 무대에 올려 눈길을 끌고 있다. 또한 1년차 사업이 추진 중인 여러 마을에서
연극, 무용, 음악, 전통예술, 다원예술등 신규 문화예술단체와 마을 어촌계간 협업 공연 인큐베이팅을 꾸준히 지속하고 있다.
숨비소리로 빚은 인생극장
제주도 안에서도 마을마다 해녀 문화는 각기 상이하다. 이번 사업을 통해 예술단체는 마을 해녀 공동체안으로 들어가고, 작품 시놉시스 또한
해녀들과의 워크숍을 통해 추출된 해녀들 실제 삶과 말, 생각을 기반으로 구성된다. 예술인들과 협업으로 그 마을만의 해녀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마을 해녀들은 자신들 마을에서 실제 벌어지는 이야기를 소재로 대사를 하고, 노래하고, 춤추게 된다.
도내 문화예술기획사 더파란(대표 홍민아)은 지난 8월 서귀포 대정읍 영락리와 일과2리 어촌계와 협업해 수중 공연 「우리가 바다라」를 선보였다.
공연은 매주 워크숍을 통해 해녀들이 일상에서소소하게 겪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이야기를 끌어냈다. 89세 해녀가 실제 “봄바람이 좋다.”라고
말한 내용이 곧 작품 소재가 되어 장면, 대사에 활용되는가 하면, 수중 공연 외 지상 공연도 진행하면서 27세 해녀와 91세 해녀가 한 무대에 오르는등
이들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더파란 대표 홍민아씨는 “도내에서 그간 지역별로 해녀 콘텐츠가 많이 개발됐지만 작은 마을들은 기회가 별로 없었다.”며
“사업을 통해 영락리와 일과2리 해녀들의 노고와 풍부한 지혜를 수중 즉흥춤이라는 예술로 승화시키려 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통예술공연단체 (사)마로(대표 양호성)는 김녕 어촌계와 손잡고 73명의 해녀들과 해녀 춤 「오색찬란 김녕해녀: 요망진 해녀들의 춤추는 바당」을 제작해
지난 9월 김녕 수산문화복합센터에서 선보였다. 해녀들이 공연 창작에 주도적으로 나서 눈길을 끈 작품이었다.
열 차례의 심도 있는 워크숍과 인터뷰로 작품이 만들어졌고, 동작에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해녀의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표현을 안무로 연결했고,
국악과 기타를 베이스로 다양한 소리를 결합해 리드미컬하면서도 힘있는 음악이 라이브로 연주되었다. 해녀들은 바쁜 와중에도 빠짐 없이
워크숍에 참여하며 공연을 만들어가는 과정 그 자체를 즐겼다는 후문이다.
양호성 총연출과 함께 워크숍 과정을 이끌었던 장은정(춤추는 여자들 대표) 안무감독은 “물안경과 고무 옷, 테왁으로 해녀 이미지를 고착화하기보다는
스스로 자신의 삶과 가정, 마을을 일구어 온 강인하고 단단한 제주 여성 해녀를 보여주고자했다”고 전했다.
자발적으로 일어서다
지난 8월 북촌 포구는 주민들이 든 곰새기(돌고래) 형상물로 형형색색 빛났다. 포구 전역이 공연장이 되어
예술인과 해녀들이 모여 어촌계 삶을 춤추고 노래했다. 2021년과 2022년에 걸쳐 2년간 사업비 연속 지원을 받은 뒤
올해부터 마을과 공연계가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게 된 「2023 뒷 개할망 춤추다」 공연이었다.
2023 뒷개할망 춤추다 공연단과 ㈜사람손공동체 주최ㆍ주관, 북촌어촌계, 북촌리, 놀이패한라산 협업 공연(총연출 윤미란, 총괄기획 홍선영)이
지난 8월 29일 오후 7시 제주시 조천읍 북촌7길 27 및 북촌포구 일원에서 개최되었다. 공연단은 불특정 다수로부터 후원 받는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로 프로젝트를 추진, 제작비 일부를 후원받아 공연을 준비했다. 공연 제목 속 ‘뒷개’는 북촌리의 옛 이름이다.
따라서 제목의‘뒷개할망’은 북촌 할망(할머니)을 뜻한다.
본 공연에 앞서 공연단은 백중 길놀이로 두 갈래로 나뉘어 북촌 마을 전체를 누비며 풍악을 울렸 다. 주민과 관람객은 행렬을 뒤따르며 포구까지 따라갔다.
여기서 재미있는것은 관람객이 극 일부로 자연스럽게 녹아든다는 사실이다. 배우들은 빛나는 곰새기 형상물을 관객들에게 하나씩 나눠주었고
기자도 어쩌다가 흰색 곰새기 형상물을 받게 되었다. 한지로 만들어진 형상물에 스위치가 달려 있어 공연 의도에 따라 불을 켤 수도 끌 수도 있는 구조였다.
포구에 다다라서는 예술인이 곰새기를 든 주민과 도민, 관광객에게 ‘(곰새기가) 둥둥 떠다니는 모습을 연출하며 한 바퀴를 돌라’고 주문했다.
누구나 따라 하기 쉽고 부담 없는 동작과 동선을 알려 주어 자연스럽게 공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기자를 포함한 곰새기 행렬은 공연 곳곳에 투입되어 바다를 누비는 장면, 파도에 밀려 곰새기가 떠밀리는 장면, 풍악에 맞춰 춤추는 모습 등에
참여 하며 공연을 주체적으로 즐길 수 있었다.
아울러 본 공연 작품은 북촌 해녀들의 실제 삶이 대사, 노래, 춤에 녹아든 스토리텔링으로 눈길을 끌었다.
불턱에 앉아 나누는 일상속 이야기부터 어장에 무단 침입한 관광객을 유쾌하게 내쫒고 화해하는 이야기, 바다에 풍요 씨앗을 뿌리는 이야기 등이 곁들여졌다.
사이사이 배우들이 「이어도사나」를 노래하며 ‘이여싸!’, ‘져라져라!’ 등 관객과 매기고 받는 소리를 통해 관객 참여를 유도했고,
예술인들은 물 속 숨을 참으며 호미로 물질하고 힘겹게 내뱉는 숨 비소리와 테왁을 활용해 춤추는 등 해녀들 물질 장면을 표현했다.
노래에는 4‧3에 얽힌 북촌의 아픔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막기 위해 바다에 뿌리는 씨앗과 같은 과거와 현재가 담겨 있었다.
마지막으로 배우들은 관객들에게 “바다가 살아야, 우리 모두가 살고, 해녀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풍악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곰새기 형상물이 춤추듯 움직였고, 관객과 예술인, 해녀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한바탕 춤을 추면서 공연은 마무리됐다.
불꽃놀이로 극 분위기가 절정에 다다르기도 했다. 물론 일부 구간에서 보완해야 할 점도 있었지만 공연은 첫 회부터 3년차까지 해를 거듭할수록
스토리와 볼거리가 발전하는 모습이었다. 또 전체적으로 풍성하고, 흥겹고, 신났다. 공연을 마치고 돌아가는 마을 주민들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서로를 격려하며 공연이 무사히 끝났음을 축하 하는 모습이었다.
공연 관계자는 “북촌 해녀와 주민, 예술가, 북촌을 아끼는 사람들이
백중 달빛 아래 모여 함께 신명의 시간을 만드는 창조적 프로젝트를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크라우드 펀딩 등 많은 이들의 관심과 의지 덕분이었다.”고 했다.
또 그는 “공연은 비록 북촌해녀 서사에서 출발했지만 매년 공연이 거듭될수록 제주해녀 서사이자
우리 이야기로 다가오고 있다. 해녀들의 인생극장을 계속해서 기대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앞서 축제 일환으로 북촌새마을부녀회 주도로 호끌락 장터가 마련돼
지름떡, 음료 등 먹거리와 주민이 그린 북촌풍경그림엽서 판매 등이 이뤄지기도 했다.
마을 내 사업 지속성 확보 과제
지역 예술단체와 어촌계가 손잡고 마을 브랜드 공연이 개발된 뒤에 남겨지는 과제는 사업 지속 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뒷개할망 춤추다 사업의 사례처럼 텀블벅과 같은 방안을 통해 재원을 확보 해 자립하는 것이고, 지역 문화콘텐츠 및 경제에 보탬이 되는 것이겠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마을 협조가 중요하다. 대개 해녀들이 직접 출연하는 마을 브랜드 공연인 만큼 이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과정은 무척 중요하면서도 쉽지 않은 작업이다. 올해 사업 참여 예술 단체 중 한 곳의 경우에도 찾아간 마을마다 거듭된 거절로 사업을 접어야 할지 고민했다고 한다. 하지만 꾸준히 문을 두드린 끝에 한 어촌계에서 다른 마을의 이장을 소개해주면서 해당 지역 어 촌계와의 공연 제작이 성사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예술단체와 어촌계가 해녀들이 출연 하는 마을 브랜드 공연을 보다 수월하게 제작할 수 있는 토대 마련이 중요하다 하겠다. 이를테면 제주문화예술재단이 더 발전된 형태의 역할을 하는 건 어떨까? 재단이 브랜드 공연 수 요가 있는 마을과 활용 가능한 마을 빈 공간, 예술인력 등을 조사해 공연 제작에 필요한 각종 자원 에 대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놓을 경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가능하다면 재단이 해당 사 업을 통해 배출한 브랜드 공연을 지도 형식으로 통합 홍보하는 등 개발된 공연을 시기별로 지속적 으로 알리는 등의 역할을 해 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공연을 지속 발전시켜나가기 위한 공연계와 마을, 어촌계 의지일 것이다. 국비 또는 도비 지원으로 시작은 했다가 지원이 끊긴 뒤에는 소리 없이 존재 자체가 사라 지는 문화 사업이 매우 많은 현실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 제주 마을마다 해녀를 주인공으로 조 명하고 주체로 등장시키는 문화예술사업이 좀 더 많아지고 이를 통해 제주의 해녀문화를 널리 자 랑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삶과 문화 겨울호(제84호)는 재단 홈페이지, 제주문화포털 제주인놀다 에서 확인하실 수 있으며,
제주문화예술재단, 예술공간 이아, 산지천갤러리 방문 시 무료로 가져가실 수 있습니다. :)
" 해녀의 삶을 노래하고 춤추다 "
글 김나영(<뉴제주일보> 기자)
모든 인생은 한 권의 책, 한 편의 영화다 이 중에서도 바다 속을 산소 공급 장치 없이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하는
해녀의 삶과 문화는 제주 자연과 도민의 삶, 공동체 의식을 담고 있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되기도 했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제주해녀문화예술 지역특성화 지원사업이 3년차로 접어들면서
지역 어촌계와 문화예술계가손잡고 마을 해녀들의 삶을 노래하고 춤추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나아가 자발적으로 마을이 외부 지원 없이해당 공연을 발전시키며 자체 운영하는 사례도 생겨났다.
이번 글 에서는 해당 사업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들여다본다.
3년 차 사업, 인큐베이팅부터 자립까지
제주해녀문화예술 지역특성화 지원사업은 2021년부터 문화예술 단체가 마을 해녀 공동체로 들어가 장소성을 기반으로
해당 마을의 대표 브랜드 공연을 발굴하는 사업으로 시작됐다. 2021년 4건, 2022년 4건, 올해 5건의 공연이 선정되어 운영중이다.
사업은 진입지원형(1년차), 축제집중형(2년차 이상), 축제지속형(3년차 이상) 등으로 연속지원을 통해 축제를 육성, 발전시켜나갈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사우스카니발과 고내리 어촌계의 경우 사업 첫해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지원을 통해 작품을 문화축제 형식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고,
놀이패 한라산과 사람손 공동체, 북촌 어촌계의 경우 2021년부터 2년 연속 지원을 받은 뒤 올해부터는 뒷개할망 춤추다 공연단을 이루고
크라우드 펀딩 등을 통해 마을 내에서 자체적으로 공연을 무대에 올려 눈길을 끌고 있다. 또한 1년차 사업이 추진 중인 여러 마을에서
연극, 무용, 음악, 전통예술, 다원예술등 신규 문화예술단체와 마을 어촌계간 협업 공연 인큐베이팅을 꾸준히 지속하고 있다.
숨비소리로 빚은 인생극장
제주도 안에서도 마을마다 해녀 문화는 각기 상이하다. 이번 사업을 통해 예술단체는 마을 해녀 공동체안으로 들어가고, 작품 시놉시스 또한
해녀들과의 워크숍을 통해 추출된 해녀들 실제 삶과 말, 생각을 기반으로 구성된다. 예술인들과 협업으로 그 마을만의 해녀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마을 해녀들은 자신들 마을에서 실제 벌어지는 이야기를 소재로 대사를 하고, 노래하고, 춤추게 된다.
도내 문화예술기획사 더파란(대표 홍민아)은 지난 8월 서귀포 대정읍 영락리와 일과2리 어촌계와 협업해 수중 공연 「우리가 바다라」를 선보였다.
공연은 매주 워크숍을 통해 해녀들이 일상에서소소하게 겪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이야기를 끌어냈다. 89세 해녀가 실제 “봄바람이 좋다.”라고
말한 내용이 곧 작품 소재가 되어 장면, 대사에 활용되는가 하면, 수중 공연 외 지상 공연도 진행하면서 27세 해녀와 91세 해녀가 한 무대에 오르는등
이들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더파란 대표 홍민아씨는 “도내에서 그간 지역별로 해녀 콘텐츠가 많이 개발됐지만 작은 마을들은 기회가 별로 없었다.”며
“사업을 통해 영락리와 일과2리 해녀들의 노고와 풍부한 지혜를 수중 즉흥춤이라는 예술로 승화시키려 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통예술공연단체 (사)마로(대표 양호성)는 김녕 어촌계와 손잡고 73명의 해녀들과 해녀 춤 「오색찬란 김녕해녀: 요망진 해녀들의 춤추는 바당」을 제작해
지난 9월 김녕 수산문화복합센터에서 선보였다. 해녀들이 공연 창작에 주도적으로 나서 눈길을 끈 작품이었다.
열 차례의 심도 있는 워크숍과 인터뷰로 작품이 만들어졌고, 동작에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해녀의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표현을 안무로 연결했고,
국악과 기타를 베이스로 다양한 소리를 결합해 리드미컬하면서도 힘있는 음악이 라이브로 연주되었다. 해녀들은 바쁜 와중에도 빠짐 없이
워크숍에 참여하며 공연을 만들어가는 과정 그 자체를 즐겼다는 후문이다.
양호성 총연출과 함께 워크숍 과정을 이끌었던 장은정(춤추는 여자들 대표) 안무감독은 “물안경과 고무 옷, 테왁으로 해녀 이미지를 고착화하기보다는
스스로 자신의 삶과 가정, 마을을 일구어 온 강인하고 단단한 제주 여성 해녀를 보여주고자했다”고 전했다.
자발적으로 일어서다
지난 8월 북촌 포구는 주민들이 든 곰새기(돌고래) 형상물로 형형색색 빛났다. 포구 전역이 공연장이 되어
예술인과 해녀들이 모여 어촌계 삶을 춤추고 노래했다. 2021년과 2022년에 걸쳐 2년간 사업비 연속 지원을 받은 뒤
올해부터 마을과 공연계가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게 된 「2023 뒷 개할망 춤추다」 공연이었다.
2023 뒷개할망 춤추다 공연단과 ㈜사람손공동체 주최ㆍ주관, 북촌어촌계, 북촌리, 놀이패한라산 협업 공연(총연출 윤미란, 총괄기획 홍선영)이
지난 8월 29일 오후 7시 제주시 조천읍 북촌7길 27 및 북촌포구 일원에서 개최되었다. 공연단은 불특정 다수로부터 후원 받는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로 프로젝트를 추진, 제작비 일부를 후원받아 공연을 준비했다. 공연 제목 속 ‘뒷개’는 북촌리의 옛 이름이다.
따라서 제목의‘뒷개할망’은 북촌 할망(할머니)을 뜻한다.
본 공연에 앞서 공연단은 백중 길놀이로 두 갈래로 나뉘어 북촌 마을 전체를 누비며 풍악을 울렸 다. 주민과 관람객은 행렬을 뒤따르며 포구까지 따라갔다.
여기서 재미있는것은 관람객이 극 일부로 자연스럽게 녹아든다는 사실이다. 배우들은 빛나는 곰새기 형상물을 관객들에게 하나씩 나눠주었고
기자도 어쩌다가 흰색 곰새기 형상물을 받게 되었다. 한지로 만들어진 형상물에 스위치가 달려 있어 공연 의도에 따라 불을 켤 수도 끌 수도 있는 구조였다.
포구에 다다라서는 예술인이 곰새기를 든 주민과 도민, 관광객에게 ‘(곰새기가) 둥둥 떠다니는 모습을 연출하며 한 바퀴를 돌라’고 주문했다.
누구나 따라 하기 쉽고 부담 없는 동작과 동선을 알려 주어 자연스럽게 공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기자를 포함한 곰새기 행렬은 공연 곳곳에 투입되어 바다를 누비는 장면, 파도에 밀려 곰새기가 떠밀리는 장면, 풍악에 맞춰 춤추는 모습 등에
참여 하며 공연을 주체적으로 즐길 수 있었다.
아울러 본 공연 작품은 북촌 해녀들의 실제 삶이 대사, 노래, 춤에 녹아든 스토리텔링으로 눈길을 끌었다.
불턱에 앉아 나누는 일상속 이야기부터 어장에 무단 침입한 관광객을 유쾌하게 내쫒고 화해하는 이야기, 바다에 풍요 씨앗을 뿌리는 이야기 등이 곁들여졌다.
사이사이 배우들이 「이어도사나」를 노래하며 ‘이여싸!’, ‘져라져라!’ 등 관객과 매기고 받는 소리를 통해 관객 참여를 유도했고,
예술인들은 물 속 숨을 참으며 호미로 물질하고 힘겹게 내뱉는 숨 비소리와 테왁을 활용해 춤추는 등 해녀들 물질 장면을 표현했다.
노래에는 4‧3에 얽힌 북촌의 아픔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막기 위해 바다에 뿌리는 씨앗과 같은 과거와 현재가 담겨 있었다.
마지막으로 배우들은 관객들에게 “바다가 살아야, 우리 모두가 살고, 해녀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풍악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곰새기 형상물이 춤추듯 움직였고, 관객과 예술인, 해녀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한바탕 춤을 추면서 공연은 마무리됐다.
불꽃놀이로 극 분위기가 절정에 다다르기도 했다. 물론 일부 구간에서 보완해야 할 점도 있었지만 공연은 첫 회부터 3년차까지 해를 거듭할수록
스토리와 볼거리가 발전하는 모습이었다. 또 전체적으로 풍성하고, 흥겹고, 신났다. 공연을 마치고 돌아가는 마을 주민들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서로를 격려하며 공연이 무사히 끝났음을 축하 하는 모습이었다.
공연 관계자는 “북촌 해녀와 주민, 예술가, 북촌을 아끼는 사람들이
백중 달빛 아래 모여 함께 신명의 시간을 만드는 창조적 프로젝트를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크라우드 펀딩 등 많은 이들의 관심과 의지 덕분이었다.”고 했다.
또 그는 “공연은 비록 북촌해녀 서사에서 출발했지만 매년 공연이 거듭될수록 제주해녀 서사이자
우리 이야기로 다가오고 있다. 해녀들의 인생극장을 계속해서 기대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앞서 축제 일환으로 북촌새마을부녀회 주도로 호끌락 장터가 마련돼
지름떡, 음료 등 먹거리와 주민이 그린 북촌풍경그림엽서 판매 등이 이뤄지기도 했다.
마을 내 사업 지속성 확보 과제
지역 예술단체와 어촌계가 손잡고 마을 브랜드 공연이 개발된 뒤에 남겨지는 과제는 사업 지속 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뒷개할망 춤추다 사업의 사례처럼 텀블벅과 같은 방안을 통해 재원을 확보 해 자립하는 것이고, 지역 문화콘텐츠 및 경제에 보탬이 되는 것이겠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마을 협조가 중요하다. 대개 해녀들이 직접 출연하는 마을 브랜드 공연인 만큼 이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과정은 무척 중요하면서도 쉽지 않은 작업이다. 올해 사업 참여 예술 단체 중 한 곳의 경우에도 찾아간 마을마다 거듭된 거절로 사업을 접어야 할지 고민했다고 한다. 하지만 꾸준히 문을 두드린 끝에 한 어촌계에서 다른 마을의 이장을 소개해주면서 해당 지역 어 촌계와의 공연 제작이 성사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예술단체와 어촌계가 해녀들이 출연 하는 마을 브랜드 공연을 보다 수월하게 제작할 수 있는 토대 마련이 중요하다 하겠다. 이를테면 제주문화예술재단이 더 발전된 형태의 역할을 하는 건 어떨까? 재단이 브랜드 공연 수 요가 있는 마을과 활용 가능한 마을 빈 공간, 예술인력 등을 조사해 공연 제작에 필요한 각종 자원 에 대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놓을 경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가능하다면 재단이 해당 사 업을 통해 배출한 브랜드 공연을 지도 형식으로 통합 홍보하는 등 개발된 공연을 시기별로 지속적 으로 알리는 등의 역할을 해 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공연을 지속 발전시켜나가기 위한 공연계와 마을, 어촌계 의지일 것이다. 국비 또는 도비 지원으로 시작은 했다가 지원이 끊긴 뒤에는 소리 없이 존재 자체가 사라 지는 문화 사업이 매우 많은 현실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 제주 마을마다 해녀를 주인공으로 조 명하고 주체로 등장시키는 문화예술사업이 좀 더 많아지고 이를 통해 제주의 해녀문화를 널리 자 랑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