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문화』Vol.85 법정문화도시 5년의 성과와 한계
- No
- 23
- 작성자
- 경영기획실
- 작성일
- 2023-12-29 16:50:04
- 조회수
- 85
본 내용은 재단 기관지 삶과 문화 겨울호에 게재됐습니다.
삶과 문화 겨울호(제84호)는 재단 홈페이지, 제주문화포털 제주인놀다 에서 확인하실 수 있으며,
제주문화예술재단, 예술공간 이아, 산지천갤러리 방문 시 무료로 가져가실 수 있습니다. :)
" 법정문화도시 5년의 성과와 한계 "
글 차재근(前 (재)지역문화진흥원 원장)
들어가며
우리나라 정부 수립 이후, 문화 영역에서 지역이 문화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동할 수 있었던 첫번째 이슈를 들라 하면
주저 없이 법정문화도시(이하 문화도시) 사업을 지목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 수립 후, 국정과제로 선정 되어 임기 내 30개 문화도시를 목표로 진행되었고,
현재 24개 문화도시가 지정되어 사업이 진행중이다. 이전에 중앙정부 주도로, 공간 및 시설 인프라 중심으로 진행되었던
광주 아시아문 화중심도시, 부산 영화영상중심도시, 경주 공주 부여 전주 등의 역사문화도시와 정책적 맥락을 같이 하기는 하나,
정책 매카니즘 혹은 작동 원리는 매우 상이하며, 성과 여부를 떠나 문화 정책에 미친 영향은 매우 크다.
문화도시의 근거와 개념
사실 문화도시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로 정해지며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정책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처음으로 ‘지역문화의 해’가 선포되고 지역문화 균형발전의 요구가 시작되며
법적 토대를 위해 ‘지역문화진흥법’의 제정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지속적인 노력으로 이명박 정부를 지나
박근혜 정부 시기인 2014년에 법은 제정되었다. 이 법 제15조에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지역의 문화자원을 활용한
지역발전을 촉진하기 위하여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문화예술ㆍ문화산업ㆍ관광ㆍ전통ㆍ역사ㆍ영상,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분야별로 문화도시를 지정할 수 있다’ 의 내용으로 문화도시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정과제로 추진되고 윤석열 정부에서도 국정과제로 이어져 20여년 넘게 정책 일관성이 지속된 대표적인 사업인 것이다.
정부와 정책 설계진은 법 제정 이전부터 1단계 지역문화특화지역사업, 2단계 문화적 도시재생, 3단계 문화도시 진입의
단계적 추진 로드맵을 권고하고 ‘문화가 가진 가치와 가능성을 바탕으로 유기적으로 진화하는 사회적 생명체’로 문화도시를 정의하였다.
문화도시, 비판적 지역주의에 주목하다
'지역문화가 문화의 전부이다!’. 이 말은 모든 지역의 문화는 한 나라의 문화가 되며, 나아가 인류 전체의 문화가 된다는 의미이다.
문명은 그동안 △ 중심부와 변방의 이분법 구조의 단계로 분배를 위한 갈등과 투쟁의 초기 단계인 고전적 지역주의 즉 지방주의,
△문화영역의 자각과 성찰을 통해 문화적 특성과 다양성을 지닌 대등한 지역에 근거하지만 중심부 권력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면서도
정작 지역 안에서는 또 하나의 중심부 권력을 생성하는 변증법적 지역주의를 노정하였다.
대다수 지역이 후자의 단계를 지나고 있지만, 문화도시는 지역이 가진 문화적 특성과 다양성에서 정체성(Identity)을 발견하여
이를 지역에 가두지 말고 세계 인류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와 연결시키는 비판적 지역주의를 지향한다. 바야흐로 LOCAL TO LOCAL, GLOCAL의 시대이다.
문화도시 조성계획
문화도시 조성계획은 하드웨어, 콘텐츠, 인적 자원의 세가지 영역이 결합된 종합계획이다.
동시에 문화민주주의, 문화자치분권, 문화다양성의 원리가 작동되며, 지역이 가진 문화유산의 가치를 성찰하여
탈 근대적 삶을 추구하기 위한 삶의 전환, 문화도시를 견인할 추진 주체의 등장과 확장의 세 가지 요소를 주목한다.
문화도시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것이 시민거버넌스에 의한 주도이다. 여기에는 오해와 오류가 많다.
분명한 것은 시민의 영역에는 ‘~~이 아닌 시민’이 아닌 모든 영역의 시민을 포함한다.
일반 시민은 물론 공무원, 도시경영그룹, 예술가, 건축가, 과학자는 물론 대학, 기업, 시민사회단체등
모든 영역의 시민주체들의 참여를 전제로 한다.
바로 이 ‘시민’에 대한 도시별 관점에 따라 개별 문화도시는 때때로 오류가 있었고,
때로는 심각한 오해로 위기를 맞기도 했다.
문화도시의 성과
문화도시는 1차에서 4차에 이르기까지 24개 도시를 본 지정하였는데, 지역별 분포도를 보면
권역별로 고루 지정되었음을 알 수 있다(그림1). 지금까지 문화도시 전략의 경험이 없던 기초 단위의 지자체에
지역 스스로 자원과 환경을 진단하고, 5년이라는 다년간의 연속사업으로 설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무엇보다 문화도시 추진을 통해 도시정책의 중심, 최상위에 문화정책을 놓아야 한다는 도시경영그룹의 인식을 이끌어 냈으며,
문화적 방식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부대 효과도 눈에 띈다. 일부에서는 기후변화는 물론 인류공동체의 위기 대응을 시작한 곳도 있다.
문화도시는 그동안 3,400개의 거점 및 활동공간을 조성하여 670여명의 직접적인 일자리와 2,400여명의 간접 일자리를 창출했다.
2022년 한 해 동안만 해도 250만명의 시민들이 문화도시 추진과정에 여러 가지 형태로 참여했다.
본 지정 24개 도시를 기준으로한 통계이기에 5차 예비도시와 지정 여부와 상관없이 문화도시를 추진했던 도시들의
그것들을 모두 합하면 보기 드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문화도시의 추진과정을 통해 문화권의 보장과 문화서비스(문화안전망)
국가 패러다임의 전환이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문화를 통한 도시 브랜딩의 가능성을 제시하여,
전국 227개 지자체중 103개의 도시가 문화도시 지정에 뛰어들었다. 과열경쟁으로 비쳐질 수도 있으나,
이는 문화도시 전체 예산의 한계에 따른 현상이기도 하다. 문화도시는 문화정책의 전환(그림2)과
일하는 방식의 변화(그림3)를 가져 왔으며, 이 경험은 모든 정책 분야에서 유기적으로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도시 서귀포
문화도시 지정을 위한 서귀포의 첫 발걸음은 매우 우려스러웠다. 행정의 숙원사업의 나열과 민간의 나눠먹기식 배분으로
문화도시 사업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화도시에 대한 학습과 공유를 통해 놀랄 정도의 변화를 보여준 도시 역시 서귀포다.
급기야 초기의 추진위원회를 해체하고 새롭게 구성하는 능동성을 보이며 지역이 가진 자원과 유산에 대한
성찰적 탐구를 통해 ‘노지문화’라는, 어떤 도시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정체성(identity)을 내세워
서귀포가 가진 차별성과 전략을 부각시킨 결과, 제1차 문화도시(7개 도시 지정)로 지정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지정 이후 서귀포 문화도시의 가치를 인류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와 연결시키는 비판적 지역주의 관점을 견지하면서
문화도시 국제포럼 등을 개최하며, 시야와 경험의 폭을 넓혔다. 그 결과 ‘서귀포 휴먼라이브러리’라는 도시 브랜드를 만들며,
2022년 제2회 전국 문화도시 박람회를 열었고 같은 해 최우수 문화도시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귀포 문화도시에서 두 가지 불안정성이 발견된다. 하나는 추진조직 즉, 서귀포문화도시센터가
공적인 법인격을 가지지 못한 데서 비롯되는 지속가능성 문제이다. 만약 5년의 사업 종료 후 서귀포시의 후속 추진 의지가 없을 경우,
배양된 시민력과 뛰어난 전문 인력은 물론, 성과와 경험 등 아카이빙 자원이 사라질 수도 있다.
서귀포시와 제주도가 이제 이후를 고민해야 할 때다. 다른 하나는 행정과 센터가 각각의 사업비를 배분해서 집행한 선례를 남긴 점이다.
이는 시민의 영역에 행정 역시 포함되어 작동한다는 것을 센터가 놓쳤거나, 행정의 과욕의 결과이거나 이 둘 중 하나로 지적될만하다.
문화도시의 한계
문화도시는 열거할 수 없을 만큼의 긍정적 신호와 성과, 가능성을 제시한 것은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한계를 노출하였다. 매우 탄탄하고 치밀한 설계 구조를 가지다 보니,
1차를 제외하곤 도시별 차별성이 두드러지지 않은 모범답안지를 공유한듯 유사성을 보이는 도시가 상당 하다.
이는 다음 단계의 문화도시가 설계되어 있다면 유의미한 경험일 수도 있다. 문화도시는 정책 일관성이 지켜진
대표적인 국정과제 사업이지만 중앙과 지역 권력의 이동에 따라 이 원칙이 흔들렸다.
또 중앙정부 관료의 교체에 따라, 사업의 방향성과 성과목표가 바뀌고, 심의방식은 제멋대로,
심의위원회는 유명무실, 지속적인 성과관리는 언감생심, 말 그대로 한 순간에 위기를 맞았다.
상당수의 본 지정도시에서도 지방권력의 교체에 따른 혼란과 인적 수난을 겪으며 도시의 이미지를 추락시켰다.
다섯 개의 정부를 거치며 지속성이 유지되어 만들어낸 정책 일관성이 하루아침에 훼손되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맺으며
주어진 원고 분량으로 문화도시를 상세하게 조명할 수는 물론 없다.
요약하고 정리해야할 문화도시의 정책적 배경과 작동원리, 성과와 한계, 그리고 문화도시 서귀포의 단면을 짧게 언급 하였다.
문화도시 사업은 유럽의 문화수도나 문화도시와는 그 사업규모나 특징에 있어 큰 차이가 있다.
여러 가지 공통점이 있지만,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인류세의 끄트머리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기후변화와
자연환경의 불균형과 사회구조 변화가 낳은 불평등의 문제에 대해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화도시를 통해 인류가 추구해야 할 보편적 가치를 발견하고 대응 하며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삶과 문화 겨울호(제84호)는 재단 홈페이지, 제주문화포털 제주인놀다 에서 확인하실 수 있으며,
제주문화예술재단, 예술공간 이아, 산지천갤러리 방문 시 무료로 가져가실 수 있습니다. :)
" 법정문화도시 5년의 성과와 한계 "
글 차재근(前 (재)지역문화진흥원 원장)
들어가며
우리나라 정부 수립 이후, 문화 영역에서 지역이 문화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동할 수 있었던 첫번째 이슈를 들라 하면
주저 없이 법정문화도시(이하 문화도시) 사업을 지목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 수립 후, 국정과제로 선정 되어 임기 내 30개 문화도시를 목표로 진행되었고,
현재 24개 문화도시가 지정되어 사업이 진행중이다. 이전에 중앙정부 주도로, 공간 및 시설 인프라 중심으로 진행되었던
광주 아시아문 화중심도시, 부산 영화영상중심도시, 경주 공주 부여 전주 등의 역사문화도시와 정책적 맥락을 같이 하기는 하나,
정책 매카니즘 혹은 작동 원리는 매우 상이하며, 성과 여부를 떠나 문화 정책에 미친 영향은 매우 크다.
문화도시의 근거와 개념
사실 문화도시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로 정해지며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정책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처음으로 ‘지역문화의 해’가 선포되고 지역문화 균형발전의 요구가 시작되며
법적 토대를 위해 ‘지역문화진흥법’의 제정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지속적인 노력으로 이명박 정부를 지나
박근혜 정부 시기인 2014년에 법은 제정되었다. 이 법 제15조에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지역의 문화자원을 활용한
지역발전을 촉진하기 위하여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문화예술ㆍ문화산업ㆍ관광ㆍ전통ㆍ역사ㆍ영상,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분야별로 문화도시를 지정할 수 있다’ 의 내용으로 문화도시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정과제로 추진되고 윤석열 정부에서도 국정과제로 이어져 20여년 넘게 정책 일관성이 지속된 대표적인 사업인 것이다.
정부와 정책 설계진은 법 제정 이전부터 1단계 지역문화특화지역사업, 2단계 문화적 도시재생, 3단계 문화도시 진입의
단계적 추진 로드맵을 권고하고 ‘문화가 가진 가치와 가능성을 바탕으로 유기적으로 진화하는 사회적 생명체’로 문화도시를 정의하였다.
문화도시, 비판적 지역주의에 주목하다
'지역문화가 문화의 전부이다!’. 이 말은 모든 지역의 문화는 한 나라의 문화가 되며, 나아가 인류 전체의 문화가 된다는 의미이다.
문명은 그동안 △ 중심부와 변방의 이분법 구조의 단계로 분배를 위한 갈등과 투쟁의 초기 단계인 고전적 지역주의 즉 지방주의,
△문화영역의 자각과 성찰을 통해 문화적 특성과 다양성을 지닌 대등한 지역에 근거하지만 중심부 권력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면서도
정작 지역 안에서는 또 하나의 중심부 권력을 생성하는 변증법적 지역주의를 노정하였다.
대다수 지역이 후자의 단계를 지나고 있지만, 문화도시는 지역이 가진 문화적 특성과 다양성에서 정체성(Identity)을 발견하여
이를 지역에 가두지 말고 세계 인류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와 연결시키는 비판적 지역주의를 지향한다. 바야흐로 LOCAL TO LOCAL, GLOCAL의 시대이다.
문화도시 조성계획
문화도시 조성계획은 하드웨어, 콘텐츠, 인적 자원의 세가지 영역이 결합된 종합계획이다.
동시에 문화민주주의, 문화자치분권, 문화다양성의 원리가 작동되며, 지역이 가진 문화유산의 가치를 성찰하여
탈 근대적 삶을 추구하기 위한 삶의 전환, 문화도시를 견인할 추진 주체의 등장과 확장의 세 가지 요소를 주목한다.
문화도시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것이 시민거버넌스에 의한 주도이다. 여기에는 오해와 오류가 많다.
분명한 것은 시민의 영역에는 ‘~~이 아닌 시민’이 아닌 모든 영역의 시민을 포함한다.
일반 시민은 물론 공무원, 도시경영그룹, 예술가, 건축가, 과학자는 물론 대학, 기업, 시민사회단체등
모든 영역의 시민주체들의 참여를 전제로 한다.
바로 이 ‘시민’에 대한 도시별 관점에 따라 개별 문화도시는 때때로 오류가 있었고,
때로는 심각한 오해로 위기를 맞기도 했다.
문화도시의 성과
문화도시는 1차에서 4차에 이르기까지 24개 도시를 본 지정하였는데, 지역별 분포도를 보면
권역별로 고루 지정되었음을 알 수 있다(그림1). 지금까지 문화도시 전략의 경험이 없던 기초 단위의 지자체에
지역 스스로 자원과 환경을 진단하고, 5년이라는 다년간의 연속사업으로 설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무엇보다 문화도시 추진을 통해 도시정책의 중심, 최상위에 문화정책을 놓아야 한다는 도시경영그룹의 인식을 이끌어 냈으며,
문화적 방식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부대 효과도 눈에 띈다. 일부에서는 기후변화는 물론 인류공동체의 위기 대응을 시작한 곳도 있다.
문화도시는 그동안 3,400개의 거점 및 활동공간을 조성하여 670여명의 직접적인 일자리와 2,400여명의 간접 일자리를 창출했다.
2022년 한 해 동안만 해도 250만명의 시민들이 문화도시 추진과정에 여러 가지 형태로 참여했다.
본 지정 24개 도시를 기준으로한 통계이기에 5차 예비도시와 지정 여부와 상관없이 문화도시를 추진했던 도시들의
그것들을 모두 합하면 보기 드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문화도시의 추진과정을 통해 문화권의 보장과 문화서비스(문화안전망)
국가 패러다임의 전환이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문화를 통한 도시 브랜딩의 가능성을 제시하여,
전국 227개 지자체중 103개의 도시가 문화도시 지정에 뛰어들었다. 과열경쟁으로 비쳐질 수도 있으나,
이는 문화도시 전체 예산의 한계에 따른 현상이기도 하다. 문화도시는 문화정책의 전환(그림2)과
일하는 방식의 변화(그림3)를 가져 왔으며, 이 경험은 모든 정책 분야에서 유기적으로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도시 서귀포
문화도시 지정을 위한 서귀포의 첫 발걸음은 매우 우려스러웠다. 행정의 숙원사업의 나열과 민간의 나눠먹기식 배분으로
문화도시 사업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화도시에 대한 학습과 공유를 통해 놀랄 정도의 변화를 보여준 도시 역시 서귀포다.
급기야 초기의 추진위원회를 해체하고 새롭게 구성하는 능동성을 보이며 지역이 가진 자원과 유산에 대한
성찰적 탐구를 통해 ‘노지문화’라는, 어떤 도시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정체성(identity)을 내세워
서귀포가 가진 차별성과 전략을 부각시킨 결과, 제1차 문화도시(7개 도시 지정)로 지정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지정 이후 서귀포 문화도시의 가치를 인류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와 연결시키는 비판적 지역주의 관점을 견지하면서
문화도시 국제포럼 등을 개최하며, 시야와 경험의 폭을 넓혔다. 그 결과 ‘서귀포 휴먼라이브러리’라는 도시 브랜드를 만들며,
2022년 제2회 전국 문화도시 박람회를 열었고 같은 해 최우수 문화도시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귀포 문화도시에서 두 가지 불안정성이 발견된다. 하나는 추진조직 즉, 서귀포문화도시센터가
공적인 법인격을 가지지 못한 데서 비롯되는 지속가능성 문제이다. 만약 5년의 사업 종료 후 서귀포시의 후속 추진 의지가 없을 경우,
배양된 시민력과 뛰어난 전문 인력은 물론, 성과와 경험 등 아카이빙 자원이 사라질 수도 있다.
서귀포시와 제주도가 이제 이후를 고민해야 할 때다. 다른 하나는 행정과 센터가 각각의 사업비를 배분해서 집행한 선례를 남긴 점이다.
이는 시민의 영역에 행정 역시 포함되어 작동한다는 것을 센터가 놓쳤거나, 행정의 과욕의 결과이거나 이 둘 중 하나로 지적될만하다.
문화도시의 한계
문화도시는 열거할 수 없을 만큼의 긍정적 신호와 성과, 가능성을 제시한 것은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한계를 노출하였다. 매우 탄탄하고 치밀한 설계 구조를 가지다 보니,
1차를 제외하곤 도시별 차별성이 두드러지지 않은 모범답안지를 공유한듯 유사성을 보이는 도시가 상당 하다.
이는 다음 단계의 문화도시가 설계되어 있다면 유의미한 경험일 수도 있다. 문화도시는 정책 일관성이 지켜진
대표적인 국정과제 사업이지만 중앙과 지역 권력의 이동에 따라 이 원칙이 흔들렸다.
또 중앙정부 관료의 교체에 따라, 사업의 방향성과 성과목표가 바뀌고, 심의방식은 제멋대로,
심의위원회는 유명무실, 지속적인 성과관리는 언감생심, 말 그대로 한 순간에 위기를 맞았다.
상당수의 본 지정도시에서도 지방권력의 교체에 따른 혼란과 인적 수난을 겪으며 도시의 이미지를 추락시켰다.
다섯 개의 정부를 거치며 지속성이 유지되어 만들어낸 정책 일관성이 하루아침에 훼손되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맺으며
주어진 원고 분량으로 문화도시를 상세하게 조명할 수는 물론 없다.
요약하고 정리해야할 문화도시의 정책적 배경과 작동원리, 성과와 한계, 그리고 문화도시 서귀포의 단면을 짧게 언급 하였다.
문화도시 사업은 유럽의 문화수도나 문화도시와는 그 사업규모나 특징에 있어 큰 차이가 있다.
여러 가지 공통점이 있지만,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인류세의 끄트머리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기후변화와
자연환경의 불균형과 사회구조 변화가 낳은 불평등의 문제에 대해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화도시를 통해 인류가 추구해야 할 보편적 가치를 발견하고 대응 하며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